'고통'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2/12 흉터
  2. 2011/05/03 나의 어머니는 곰보입니다.
  3. 2010/03/25 사랑은 고통 - 닐 기유메트 (1)

흉터

사람들 생각 2011/12/12 06:52
모든 상처에는 흉터가 남는다. 
그 흉터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훈장이 될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창피한 흔적이 될 수도 있다. 
내 딸아이는 어릴 때 심장수술을 받았다. 
딸아이는 그 흉터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 날 나는 우울해하는 아이를 꼭 안으며 말해 주었다. 
“그 흉터는 바로 네가 큰 병을 이겨냈다는 징표란다. 
어린 나이에 그 큰 수술을 견뎌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어. 
그래서 난 네 흉터가 오히려 자랑스럽단다.”



- 김혜남의 《어른으로 산다는 것》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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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는 곰보입니다.

원준이 생각 2011/05/03 05:19

나의 어머니는 곰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머니의 얼굴은 곰보입니다. 부드러운 피부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멀리서 보아도 정상인처럼 보이지 않으며 쭈글쭈글한 그 얼굴에 도수높은 안경까지 쓰고 계셔서 모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눈빛을 피하며 멀리 갈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고 몇몇 사람은 어머니를 보면서 얼굴 찡그리는 모습까지도 서슴치 않고 표현하십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찡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어머니를 보면서 같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그렇게 어머니때문에 사람들이 나까지도 이상한 모습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많이 걱정하고 항상 어머니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어느날 어머니가 저 멀리에서 다가오며 나를 발견하셨나 봅니다. 그러나 내 곁엔 같이 하교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이쁘지도 않은데 괴물처럼 생긴 어머니가 나에게 아는 척을 할까봐 친구들을 끌어 다른 골목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무엇때문이었는지 살짝 뒤돌아 보았을 때 어머니는 이내 체념한듯 아니면 나를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땅을 바라보며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의 그런 표정보다 친구들이 어머니를 보고 놀라거나 혹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섰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른 길로 제촉했습니다. 

그 이후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나를 만나면 어머니 스스로 다른 길을 가시거나 일부러 애써 아는 척을 하려고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어머니는 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내 죄인같은 모습으로 어딘가에서 멀리서 나를 바라보시기만 하셨을 뿐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어머니를 초대하거나 어머니를 뵙고 싶다는 담임 선생님의 요청에도 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어머니가 학교에 오시는 것을 막곤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친구들에게는 전혀 불편하지 않은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며 때로는 사람들이 부러워할 상상 속의 어머니를 만들어 이야기하며 살아갔습니다.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집안의 화재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그 이후 화상치료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곰보가 되어버렸고 그 사고 이후 왼팔은 불편하게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만든 화재를 원망하기 보다는 그런 화재로 그렇게 되어버린 어머니를 두고 원망하고 나도 '정상인' 어머니가 있었으면 하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모든 원인은 어머니에게 있고 그런 결과로 내가 어머니를 떳떳하게 여기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 모든 것은 어머니의 잘못이었고 그 잘못때문에 나는 피하며 떳떳하지 못한 어머니를 숨기는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어느날... 그런 생각들이 나에게서 굳어지고 그런 마음이 굳어진 상태에서 어머니에게 대하는 나의 태도가 표현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때 화재를 생생히 기억하고 계시고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제까지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말해야 겠다는 말과 함께 그때의 이야기를 하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그때 이야기야 나도 잘 알고 있는데..." 라는 생각을 품고 있을 때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때 너희 엄마는 너가 품고는 불타는 목재 기둥이 엄마의 팔과 얼굴 가까이에서 타고 있는데도 너가 화상을 입을까봐 그리고 그 불길에 너가 다칠까봐 그 그 불기둥을 온 몸과 등으로 막아내고 있었단다. 너를 꼭 안으며 불길이 너의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말이야..." 

이내 말을 이어가지 못하시는 아버지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시며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날의 사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을 것도 있지만 어머니의 그 미련하고 바보같은 행동으로 나는 티끌하나 다치지 않고 상처도 입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만약 어머니의 입장이었다면 정말 내가 그렇게 불기둥에 살이 타는 아픔을 견디면서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으로,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부끄러워하며 피하던 매 순간마다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멈춰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친어머니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순 시기를 지나고 부활절을 맞이하며 어느날인가 기도를 하다가 문뜩 들게 된 이야기입니다. 비록 저의 어머니는 곰보의 모습은 아니지만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어머니의 어떤 부분은 부끄러워하고 때로는 피하고 싶어하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어머니에게 상처같은 부분도 어머니는 자식을 탓하지 않으며 스스로 혼자의 몫으로 가슴내려 지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 대부분 어머니의 모습일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때문에, 우리의 죄로 인해 모욕을 받고 고통을 받았던 예수님의 마음이 어머니의 마음 안에 살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돌을 맞아가면서도 하나의 원망도 없이 오히려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은 정말 무엇일까요. 

왜 이런 이야기가 기도 안에서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나의 어머니가 곰보인 듯한 느낌, 그리고 그 보기싫은 모습이 바로 나때문에 받는 어머니의 아픔이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진한 한숨과 알 수 없는 눈물만 가득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또 어머니가 부끄럽거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타는듯한 고통을 참아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부끄러움... 그 무엇이든, 사랑은 이겨낼 수 있을만큼 충분한 그 무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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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고통 - 닐 기유메트

사람들 생각 2010/03/25 12:46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 하나가 바람에 실려 언덕 꼭대기끼지 날아갔다. 도토리는 거기 누워 태양이 비추어 주는 동안 기분 좋게 햇볕을 쬐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이 그에게 말했다.

photo from http://blog.ohmynews.com/goodi/


"귀여운 도토리야. 네가 아름다운 참나무로 성장하는 걸 내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아니?"

"해님은 지금 이대로의 저를 사랑하지 않으세요?"

도토리가 샐쭉해서 물었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말고. 하지만 네 전부를 사랑하기도 한단다."

태양이 대답했다. 도토리는 어러둥절하여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태양은 망설였다. 도토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진실을 말해야 했다.

"이를테면 이런 얘기야. 케케묵은(코니) 소리 같지만, 나는 현재의 네 도토리다움(에이코니티)을 사랑한단다."

태양은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서 말장난을 곁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너의 보다 깊은 자아도 사랑한단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도토리가 물었다.

"그건 네 안에 감춰져 있는 잠재력인데. 작긴 해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란다. '참나무다움'이라고나 할까."

"음, 그게…."

그는 태양의 말을 곰곰 생각하느라 입을 다물었다. 다시 말을 시작했을 때는 토라진 기가 많이 수그러들어 있었다.

"제가 참나무다움을 발전시키지 않더라도 절 사랑해 주실건가요?"

태양이 대답했다.

"아무렴 하지만 사랑할 것이 많지는 않을 거야. 그냥 도토리로 있다면 말이야. 반면 네가 참나무가 되는 데 동의해 준다면 내가 사랑할 것이 엄청나게 많을 거야. 내 말뜻 알겠니?"

도토리는 이해는 갔지만 어렴풋할 뿐이었다. 어쨌든 그 문제에 관한 한 도토리로 남아 있어서는 별반 재미있을 게 없었다. '결국 한 치밖에 안 되는 키로 뭘 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언제고 지나가는 다람쥐가 주워서 녹초를 만들거나 캄캄한 굴 속에 감춰 버릴 수도 있지. 그렇게 되면 모든 걸 잃게 돼.' 도토리의 생각이었다. 그가 말했다.

"좋아요, 해님. 기꺼이 참나무가 되도록 힘써 볼 게요. 하지만 아프지 않을까요?"

태양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시인했다.

"아마 아플 거야. 얼마간은 특히 처음엔 더 그렇겠지, 너도 알겠지만, 그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도토리는 겪어야 할 고통에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싹 바뀌었다.

"그렇다면 전 잘 모르겠는데요."

태양이 달랬다.

"얘, 귀여운 도토리야. 내 장담하지만, 후회하진 않을 거다. 언젠가 내게 감사할 날이 분명 있을 게야."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도토리는 마침내 두 손을 들었다.

"좋아요. 이제 어떻게 해야죠?"

태양은 필요한 것들을 죄다 가르쳐 주었다. 물론 과정 전부를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다. 도토리가 까무라치게 놀라버릴 터였기 때문이다. 첫번째 단계는 껍질을 깨고 뿌리를 내리는 일이었다. 도토리로서는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옛 모습을 잃고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토리는 군시렁군시렁 쉴새없이 투덜대면서도 용감하게 이 관문을 통과했다. 태양은 항상 곁에 있으면서 위안과 용기를 주었다.

두 번째 단계는 싹틔우기였다. 그 역시 어려운 일이었으나 고통은 휠씬 덜했다. 그 다음에는 그 싹을 강화하여 가녀린 묘목으로, 그러고는 관목으로 성장시키는 단계가 이어졌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옛날의 도토리는 태양에게 묻곤 했다.

"지금 이대로도 절 사랑하세요?"

그러면 태양은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아무렴, 사랑하고말고. 사실 난 점점 더 널 사랑하게 되는 걸. 네가 자꾸자꾸 더 사랑스런 모습으로 변해 거거든."

이렇게 도토리는 성장을 계속했다. 하지만 꼭 순탄하게만 되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단계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통이 두려워서, 그 단계에 그대로 머물기로 마음먹은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정체에서 오는 장애를 겪어야 했다. 침울한 단조로움과 진저리나게 일률적인 것, 그리고 답답스런 평범한, 그러니 결국 따져 보면, 그래도 성장의 고통을 따르는 편이 더 나았다. 최소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결국 태양에게서 용기를 얻어 다음 단계로 밀고 나가곤 했던 것이다.

가지를 뻗어 나감에 따라 어린 나무의 시야은 넓어졌다. 이제 그는 언덕 아래 계곡 전부를 바라볼 수 있었다. 곧 이웃 언덕 너머까지 볼 수 있게 되리라. 무엇이 보일까?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특히 새들이 그의 가지에 집을 짓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마침내 보잘것 없던 도토리가 참나무로서는 완전한 성숙에 다다른 날이 왔다. 그는 주위 언덕들 너머를 바라보다가 끝간데 없는 수평선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는 기쁨에 겨워 그 자리에 못박히듯 서 있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광경에 벅찬 감동을 어쩌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때 꿈결인 양 태양의 짓궂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제 알겠니? 자라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참나무는 다만 미소로 감사를 대신할 따름이었다.


『당신을 적셔 주는 사랑의 물줄기』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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