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사람들 생각  |   2012. 4. 3. 12:30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고

절대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미소지으며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으며

모든 일에 제 이익을 생각지 말고

잘 보고 들어 깨달아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찾아가서 간호해 주고

서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대신 져 주고

남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대며 걷고

누구한테나 바보라 불려지고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번역 :  권정생)


짧은 생애 그렇지만 굵은 족적을 남긴 미야자와 겐지의 문학을 보면 그가 상상했던 타인에 대한 열망과 타인의 행복을 얼마나 간절히 바랬는지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전해지는 것 같다. 

세상엔 남의 불행을 확인해야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반대로 남의 행복을 확인하면 속이 불편하고 나는 이런데 남의 행복을 못 이겨워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미야자와 겐지는 비록 남들이 무엇이라고 하든 끊임없이 보편적 행복이 인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이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 행복은 뷔페 식당에 놓인 다양한 음식과 같은 것이고 남들이 먹는다고 남의 접시를 깨뜨린다면 그것은 자신도 타인도 불행하게 하려는 굴레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남의 접시를 깨뜨려버리는데 집중하면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다시 음식을 찾아 먹을 때도 다시 또다른 누군가의 접시를 깨기 위해 정작 자신은 행복이라는 음식을 놓치게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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