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몽달이 생각  |   2007. 3. 26. 04:59

어머니, 여기 구름이 참 아름답습니다. 한국의 구름과 다르게 푸른 도화지에 하얀 분필가루가 흩날리는 것처럼 액자같은 그런 구름이랍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런 구름이 저의 늦은 기상을 반겨주며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주일이네요. 성당을 가기 전에 두어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안방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왜그리 제 눈에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지 청소를 시작해서 다 끝낸 지금도 아직도 머리카락이 눈에 걸리네요. 아니 이 모든 머리카락이 정말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할정도로 그렇게 많이 보이네요. 

 

갑자기 한국 집에서 편안하게 TV 를 보고 있는 저에게 "왜이리 머리카락이 많은지..." 도대체 어디에 머리카락이 있다는 것인지 하면서 의아해 했던 저 자신이 기억나면서 웃음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자 있어도 이렇게 많은 머리카락이 많은 식구의 집에서의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았을까. 항상 우리 주위를 깨끗하게 하실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여기 이국땅의 이방인같은 저의 방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첫번째 항암치료를 받고 생각없이 머리를 넘긴 저의 손에 한움쿰 잡힌 그 힘없는 머리카락들을, 그리고 너무 속상한 전 몇시간동안을 침대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울었던 기억을 그때 약물이 몸속에 들어가 느낀 아픔보다 내 손에 감긴 그 한움쿰의 머리카락이 더 아픈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울다 지친 제 침대에서 모아 모아 한 곳에 조용히 모으시던 어머니의 손길 아직도 전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방 한가득 채웠던 머리카락을 모아놓고는 한동안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한올 한올 그 보이지도 않을 가는 것들을 하나하나 잡으면서 얼마나 가슴아파하셨을지 이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으니깐요. 

 

왜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일까요... 항상 눈에 보이던 머리카락, 땅에 떨어진 그 하나하나마저도 눈물이 되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보인 것일까요. 

 

2006년 5월 7일 막내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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