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대해서

몽달이 생각  |   2007. 8. 14. 13:03
짧은 기간이었지만 성서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원에 들어가서 하루 일과란 아침에 일어나 체조하고 아침 기도를 드리고 아침 먹고 신부님 강의듣고 다시 점심 먹고 그리고 강의듣고 그리고 가끔의 색다른 프로그램도 경험해보고 그리고 저녁먹고 기도하고 미사드리고...



핸드폰, 시계 세상의 시간을 알 수 있는 도구들은 첫날 미사시간에 봉헌드림으로 사라졌기에 시간의 감각을 알기에 쉽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런 고민들은 첫날에 끝나버리고 오히려 그 시간의 무지가 잔잔한 평화처럼 느껴지는 그런 시간들이 다가오기 시작했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시간에 얽매여 살아가던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연수생들중에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계셨다. 카톨릭이 공식적으로 인정이 되지 않아서 종교의 활동이 심하게 억압당하는 중국 북경에서 오신 수녀님, 연수 생활 내내 수녀복이 아닌 우리와 똑같이 평상복(사실은 중국옷이었지만)을 입고 다니면서 연수생활을 하셨고 그분을 따라 온 북경에 있는 청년들도 왔었다. 그리고 시력을 잃어버려 앞을 볼 수 없는 형제분도 한분 같이 참여를 하셨다. 

연수 내내 나를 괴롭혔던 주제는 '믿음'이었다. 어떤 믿음이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하느님을 어떻게 따르는 것이 어떻게 믿는 것이... 이런 주제로 나름대로 머리로 고민하던 나에게 너무도 당연한 한 장면이 나를 사로잡게 되었다. 


그 시력을 잃은 형제님은 동료 형제님의 손을 붙잡고 이동하는 '당연한 모습'이었다.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이끌림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장애우 형제님이 다른 형제님을 믿지 않는다면 그렇게 따를 수 없는 것이었다. 어리석게도 전혀 다른 상황에서 그 당연한 모습을 인지할 수 있었다. 
 
새벽이고 모두가 잠든 밤. 볼 수 없어 벽을 잡고 누군가 혼자서 이동하는 희미한 모습과 이곳저곳 다른 이들의 짐을 지나가는 모습, 그리고 결국 굳게 닫혀 있는 페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잠에서 깨고 말았다. 한동안 멍하니 그 형제님이 지나간 자리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신앙이란 눈을 뜨고 있어도 막막한 삶의 길에서 길을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와 비슷한 존재인지 모른다. 눈을 뜨고 많은 것을 보고 듣기에 그만큼 자신의 지식과 지혜로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에도 깊은 반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많은 지식도 때로는 교만으로 변할 수 있고, 깊은 지혜도 때로는 교활으로 변모할 수 있음에 우리가 진정을 바라야 하는 것이 지식도 지혜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 얼마나 부끄러워졌는지... 너무도 긴 길을 가야하는 인생에서 우리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어떤 일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 기쁘게 할지 모르는 것이 바로 삶이다. 
 
힘든 일에 쉽게 슬퍼하며 낙담하여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기 자신을 더욱 더 힘들게 하면서... 좋은 일에 쉽게 흥분하며 감사하지 못하며 들뜬 감정만을 챙기면서 좋은일에 대한 역치가 올라가면서...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도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다. 좋은 일엔 감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힘든 일엔 그 힘든 일로 인하여 우리에게 하느님이 큰 계획으로 단련시키고 있다고 감사할 수 있지만... 우리는 좋은 일에 대한 감사의 방법만을... 아니 이제는 좋은 일에 대한 감사의 의미마저 퇴색해 당연함으로 생각하기 쉬운 우리가 되어버린지 모른다. 비록 앞으로 볼 수 있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지만 사실 끝없이 이어지는 광야에 서있는 눈뜬 장님과 다른 바 없다. 그 넓은 광야에서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가지 말아야 할 길로 갈 수 있음을... 우리 스스로를 너무 자만하고 교만하지 않음이 필요하다. 믿어보자... 이유를 물으면서 믿는다면 그 이유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라면 결국 믿지 않을 것인가? 아무 이유없이 믿을 수 있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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