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5/03 나의 어머니는 곰보입니다.
  2. 2007/09/29 어머니
  3. 2007/03/26 머리카락

나의 어머니는 곰보입니다.

원준이 생각 2011/05/03 05:19

나의 어머니는 곰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머니의 얼굴은 곰보입니다. 부드러운 피부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멀리서 보아도 정상인처럼 보이지 않으며 쭈글쭈글한 그 얼굴에 도수높은 안경까지 쓰고 계셔서 모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눈빛을 피하며 멀리 갈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고 몇몇 사람은 어머니를 보면서 얼굴 찡그리는 모습까지도 서슴치 않고 표현하십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그게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찡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어머니를 보면서 같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그렇게 어머니때문에 사람들이 나까지도 이상한 모습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많이 걱정하고 항상 어머니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어느날 어머니가 저 멀리에서 다가오며 나를 발견하셨나 봅니다. 그러나 내 곁엔 같이 하교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이쁘지도 않은데 괴물처럼 생긴 어머니가 나에게 아는 척을 할까봐 친구들을 끌어 다른 골목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무엇때문이었는지 살짝 뒤돌아 보았을 때 어머니는 이내 체념한듯 아니면 나를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땅을 바라보며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의 그런 표정보다 친구들이 어머니를 보고 놀라거나 혹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섰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른 길로 제촉했습니다. 

그 이후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나를 만나면 어머니 스스로 다른 길을 가시거나 일부러 애써 아는 척을 하려고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어머니는 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내 죄인같은 모습으로 어딘가에서 멀리서 나를 바라보시기만 하셨을 뿐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어머니를 초대하거나 어머니를 뵙고 싶다는 담임 선생님의 요청에도 나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어머니가 학교에 오시는 것을 막곤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친구들에게는 전혀 불편하지 않은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며 때로는 사람들이 부러워할 상상 속의 어머니를 만들어 이야기하며 살아갔습니다.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집안의 화재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그 이후 화상치료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곰보가 되어버렸고 그 사고 이후 왼팔은 불편하게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만든 화재를 원망하기 보다는 그런 화재로 그렇게 되어버린 어머니를 두고 원망하고 나도 '정상인' 어머니가 있었으면 하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모든 원인은 어머니에게 있고 그런 결과로 내가 어머니를 떳떳하게 여기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 모든 것은 어머니의 잘못이었고 그 잘못때문에 나는 피하며 떳떳하지 못한 어머니를 숨기는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어느날... 그런 생각들이 나에게서 굳어지고 그런 마음이 굳어진 상태에서 어머니에게 대하는 나의 태도가 표현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때 화재를 생생히 기억하고 계시고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제까지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말해야 겠다는 말과 함께 그때의 이야기를 하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그때 이야기야 나도 잘 알고 있는데..." 라는 생각을 품고 있을 때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때 너희 엄마는 너가 품고는 불타는 목재 기둥이 엄마의 팔과 얼굴 가까이에서 타고 있는데도 너가 화상을 입을까봐 그리고 그 불길에 너가 다칠까봐 그 그 불기둥을 온 몸과 등으로 막아내고 있었단다. 너를 꼭 안으며 불길이 너의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말이야..." 

이내 말을 이어가지 못하시는 아버지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시며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그날의 사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을 것도 있지만 어머니의 그 미련하고 바보같은 행동으로 나는 티끌하나 다치지 않고 상처도 입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만약 어머니의 입장이었다면 정말 내가 그렇게 불기둥에 살이 타는 아픔을 견디면서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으로,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그렇게 부끄러워하며 피하던 매 순간마다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멈춰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친어머니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순 시기를 지나고 부활절을 맞이하며 어느날인가 기도를 하다가 문뜩 들게 된 이야기입니다. 비록 저의 어머니는 곰보의 모습은 아니지만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어머니의 어떤 부분은 부끄러워하고 때로는 피하고 싶어하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어머니에게 상처같은 부분도 어머니는 자식을 탓하지 않으며 스스로 혼자의 몫으로 가슴내려 지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 대부분 어머니의 모습일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때문에, 우리의 죄로 인해 모욕을 받고 고통을 받았던 예수님의 마음이 어머니의 마음 안에 살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돌을 맞아가면서도 하나의 원망도 없이 오히려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은 정말 무엇일까요. 

왜 이런 이야기가 기도 안에서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나의 어머니가 곰보인 듯한 느낌, 그리고 그 보기싫은 모습이 바로 나때문에 받는 어머니의 아픔이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진한 한숨과 알 수 없는 눈물만 가득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또 어머니가 부끄럽거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타는듯한 고통을 참아내는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부끄러움... 그 무엇이든, 사랑은 이겨낼 수 있을만큼 충분한 그 무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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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원준이 생각 2007/09/29 02:10

사랑하는 어머니... 아니 엄마...

언제부터인가 당신의 이름은 제 눈물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마법의 상자가 있다면 당신의 목소리를 담아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집에 일찍 오라'는 메세지를 고이 간직해 당신이 그리울때 들어봅니다. 어린시절 당신의 잔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어 두손으로 귀를 틀어 막던 그 아이가 이제는 당신의 목소리가 그렇게 그립습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주사바늘이 제 혈관을 들어올때 어머니가 눈감고 올린 기도, 언제나 눈물로 그 기도의 마지막을 끝내시지 못하셨지만 저의 손은 끝까지 잡고 계셨습니다. 그땐 제가 더 아플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이 저보다 더 많이 아프셨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아프실거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이름은 제겐 눈물이 됩니다. 
그리고 세상의 굴곡에 발이 빠져 넘어질때 힘차게 일어날 수 있는 용기또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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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강하고 내가 잘 참아냈기 때문에 이 병마와 고통을 이겨냈다고

그 어리석음에서 이제야 깨우쳐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당신의 끊임없는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이제 당신에게 받은 그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받은만큼 돌려드리게엔 너무 미약하기에 제가 기도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은 눈물의 이유이자 이제 사랑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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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원준이 생각 2007/03/26 04:59

어머니, 여기 구름이 참 아름답습니다. 한국의 구름과 다르게 푸른 도화지에 하얀 분필가루가 흩날리는 것처럼 액자같은 그런 구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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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이런 구름이 저의 늦은 기상을 반겨주며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주일이네요. 성당을 가기 전에 두어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안방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왜그리 제 눈에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지 청소를 시작해서 다 끝낸 지금도 아직도 머리카락이 눈에 걸리네요. 아니 이 모든 머리카락이 정말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 할정도로 그렇게 많이 보이네요. 
 
갑자기 한국 집에서 편안하게 TV 를 보고 있는 저에게 "왜이리 머리카락이 많은지..." 도대체 어디에 머리카락이 있다는 것인지 하면서 의아해 했던 저 자신이 기억나면서 웃음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자 있어도 이렇게 많은 머리카락이 많은 식구의 집에서의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았을까. 항상 우리 주위를 깨끗하게 하실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여기 이국땅의 이방인같은 저의 방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첫번째 항암치료를 받고 생각없이 머리를 넘긴 저의 손에 한움쿰 잡힌 그 힘없는 머리카락들을, 그리고 너무 속상한 전 몇시간동안을 침대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울었던 기억을 그때 약물이 몸속에 들어가 느낀 아픔보다 내 손에 감긴 그 한움쿰의 머리카락이 더 아픈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울다 지친 제 침대에서 모아 모아 한 곳에 조용히 모으시던 어머니의 손길 아직도 전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방 한가득 채웠던 머리카락을 모아놓고는 한동안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한올 한올 그 보이지도 않을 가는 것들을 하나하나 잡으면서 얼마나 가슴아파하셨을지 이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으니깐요. 
 
왜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일까요... 항상 눈에 보이던 머리카락, 땅에 떨어진 그 하나하나마저도 눈물이 되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야 보인 것일까요. 
 

2006년 5월 7일 막내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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